영웅문 3부작... SAGA의 이야기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무협소설의 최고봉은 김용 씨가 쓴 무협소설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부 읽어보진 않았지만 그 해박한 지식과 개성 뚜렷한 주인공, 그리고 얽히고 섥힌 각 등장인물간의 인연까지...... 같은 무협소설이라도 다른 무협소설들과는 격이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쉽게도 제가 다니는 도서관에 김용 씨의 소설이 별로 없어서... 특히 우리나라에 영웅문 3부작이라는 타이틀로 들어온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가 없어서 제 돈으로 직접 구입해 소장할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더랬죠.


그런데 오늘 도서관에 자세히보니까 신조협려가 있더군요. 예전 조그만 영웅문이란 타이틀이 아닌 이번에 새로 찍어냈는지 디자인과 책 크기가 확 바뀌었습니다. 영웅문 2부 영웅의 별이 아닌 신조협려라는 원래 타이틀을 달고 있길래 호기심어린 눈으로 전 신조협려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신조협려야 내용을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보고 싶은 건 양과가 소용녀와 헤어진 뒤 곽양과 만나면서 이야기가 다시 시작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암연소혼장과 독고구검(맞나?)을 익혀 곽정, 황약사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고강한 실력을 가지게 된 양과를 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을 읽는데...

제가 예전에 읽었던 영웅문 2부와 번역이 좀 다르더군요. 대표적으로 한부분을 꼽아보면... 양과가 곽양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세가지 선물을 해주는 장면에서 황약사가 등장하는데... 황약사는 둘째 손녀 곽양을 보더니 그녀가 황약사의 아내이자 곽양의 외할머니를 꼭 닮아서 좋아하는 장면에서... 생각없고 성질 급하고 개녑없어서 윗물이 맑아도 아랫물이 더러울 수 있구나라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곽정의 큰 딸 곽부가 이렇게 말하죠.


곽부: 어찌 닮지 않았겠어요. 할아버지는 노동사이고 얘는 소동사인데...(영웅문 2부 영웅의 별 버전...)


근데 이 대사가 제가 오늘 읽은 신조협려에선 이렇게 바뀌어져 있더군요.


곽부: 그거 말고 닮은 게 또 있어요. 할아버진 동사, 얘는 소동사...(신조협려 버전...)


어느 쪽이 맞는 해석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전 신조협려 원서를 본 적이 없고 중국어는 아예 못하니까요.(한자는 좀 알지만...)



이런 세세한 대사가 바뀌는 것을 보다가 전 금륜법사가 죽는 장면에서 뭔가 이질감을 느꼈습니다. 분명 이 땡초... 이렇게 멋있게 죽지 않았는데... 엄청 찌질하게 죽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그래서 이상한 생각에 신조협려 1권을 찾아 읽었는데... 아아아...




내용이 바뀌었어요.




신조협려와 제가 읽었던 영웅문 2부 영웅의 별의 내용이 다른 부분이 있더라구요. 헐퀴...


도서관에 사조영웅전은 없었지만 의천도룡기가 있어 그것도 몇권 읽어봤는데 제가 너무 재미있게 읽어 여러번 반복해 읽은 영웅문 3부 중원의 별과도 내용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헐...



신조협려와 의천도룡기를 읽고 제가 읽은 영웅문과 어떻게 내용이 달라졌는지를 한번 정리해보겠습니다. 에에... 실제 영웅문의 스토리는 이렇지 않았다 라고 알고 계신 분들께선 덧글로 알려주십시오.



1. 양과의 어머니가 바뀌었다.
-제가 기억하기로 양과의 어머니는 진남금이었습니다. 사조영웅전에서 곽정이 구해준 소녀로 얼굴도 게법 예쁘고 성품이 매우 착했죠. 나이 많은 아버지와 함께 뱀을 잡아다 팔아 생계를 꾸려갔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진남금이 양과를 낳은 건 양과의 아버지 양강이 곽정을 안다는 이유로 잡혀온 진남금을 강간했기 때문이죠. 덕분에 진남금은 팔자에 없는 미혼모가 되었고 양강을 죽이기 위해 독을 썼던 걸로 기억합니다.
진남금은 나중에 홀로 양과를 낳아 기르게 되고 곽정은 황용과 함께 지나가다 양과와 진남금을 구해준 뒤 양과에게 '과'라는 이름과 '개지'라는 자를 지어줍니다. 그 뒤 진남금은 뱀을 잡다가 뱀에게 물려 사망한 걸로 기억하고 있고 그 뒤 양과는 고아가 되어 떠돌아다니다 곽정 부부를 만나 도화도로 오게 된다는 게 제가 읽은 영웅문의 스토리였습니다.

근데 제가 읽은 신조협려에서 양과의 어머니는 진남금이 아닌 목염자였습니다. 목염자는 양강의 아버지 양철심이 신분을 속이고 목역으로 이름을 바꿨을 때 자신과 처지가 비슷하다며 들인 수양딸이었는데 북개 홍칠공에게 일주일간 무공을 전수받아 비무초진을 하고 다녔죠. 그때 완안강이었던 양강에게 패해 그에게 마음을 줘버려서 목역이 원래 양철심이니까 너도 양씨로 성을 바꾸라는 주변의 권유에도 끝까지 목 씨로 있겠다며 고집을 부린 처자죠.
이 처자... 진남금이 양강에게 강간을 당한 뒤 그 이야기를 황용에게 할 때 같이 진남금의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그리고 그 뒤로 소식이 없다가 철가장에서 양강이 황용의 연위갑에 묻은 독에 죽을 때 양철심의 부러진 창을 품에 넣고 양강을 끌어안아 자결을 하지요.

그런데 이 여인네가 양과의 어머니라니... 신조협려 1권을 읽어보니 왜 양과의 어머니가 목염자로 바뀌었는지 이유를 알 수 있겠더군요. 아무리 양강을 닮았다고 해도 양과가 양강의 아들이려면 뭔가 증거가 필요하지요. 곽정도 양과가 양강의 아들인지 아닌지 헷갈려하던 차에 황용이 간단하게 테스트를 해 양과의 정체를 밝혀냅니다. 그게 뭐냐구요?

예전 사조영웅전에서 왕처일이 목염자의 스승을 알아내기 위해 했던 테스트였습니다. 천하의 모든 무학한 갑자기 기습을 받은 뒤 그 힘을 놓아버리면 앞으로 넘어지는데(반대던가?) 북개 홍칠공의 무학만은 반대로 넘어진다고... 왕처일이 목염자에게 했던 테스트를 황용이 그대로 양과에게 했고 양과는 어머니와 똑같은 포즈로 넘어지게 됩니다. 영웅문에서처럼 진남금이 양과의 어머니였다면 이 테스트는 쓸 수 없었겠죠. 하지만 목염자는 홍칠공의 무공을 배웠고 그 무공을 아들 양과에게 전수해줬을 테니 양과가 양강의 아들이라는 건 이 테스트로 가뿐히 알아낼 수 있었겠죠.


양과의 어머니가 목염자로 바뀌었으니 사조영웅전의 내용도 바뀌었을 거라고 추측해봅니다. 진남금은 나오지 않던가 아니면 비준이 굉장히 축소된 조연으로 끝났을 거고 철가장에서 양강이 죽는 장면의 수정은 불가피하겠군요. 그리고 곽정이 양과의 존재를 알고 있어야하니까 목염자가 양과를 낳았던가 아니면 임신한 상태에서 곽정이 그녀를 만나 양과의 이름을 지어주는 장면이 나왔을테구요. 아, 그 장면을 확인했했네요. 신조협려 중간쯤에 보면 곽정이 양과에게 네 이름이 왜 과이고 자가 개지인지 아느냐라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게 그대로 나오는지 확인 못했네요. 쩝...



2. 금륜법사의 최후가 바뀌었다?
-곽양이 망루에 묶이고 곽정을 포함한 영웅문의 영웅들이 이십팔숙대진을 이용해 몽고군을 격퇴했을 때 양과는 소용녀와 함께 곽양을 구하러 오게 되죠. 이때 양과는 금륜법사와 치열하게 맞붙어 싸우는데... 이 금륜법사의 최후가 달라져있더군요. 제 기억에 이 아저씨 양과의 암연소혼장에 당해 곽양이 묶여 있던 망루에서 굴러떨어지고 연위갑을 입은 주백통이 위에서 몸으로 찍어눌러 그대로 죽는 걸로 알고 있는데...

오늘 읽은 신조협려에서 보면 금륜법사는 양과에게 당한 뒤 망루에서 굴러떨어진 다음에 죽지 않았습니다. 양과가 곽양을 구해 망루에서 내려왔을 때 곽양이 있던 망루가 불타서 그대로 무너지려고 하자 금륜법사가 자신이 제자로 삼으려고 했던 곽양을 위해 마지막 힘을 짜내 그녀를 구하고 곽양이 무사한 걸 보고 눈을 감지요.

이 부분은 제가 기억하고 있는 영웅문 내용이 정확하다면 잘 바꾸었다고 말해주고 싶은 부분이었습니다. 솔직히 금륜법사는 양과와 몇번이나 사투를 벌이 라이벌이라하면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였는데 마지막에 너무 허망하게 죽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양과와의 승부가 아닌, 의발을 전수해주고 싶을 정도로 아꼈지만 대칸의 명령 때문에 망루에 묶을 수 밖에 없었던 곽양에 대한 금륜법사의 나름 속죄가 드러나서 좋았습니다. 곽양도 그런 금륜법사에게 고마워했구요. 쩝...



3. 영웅문 3부 중원의 별 앞부분, 장군보가 양과에게 세가지 초식을 배우는 부분.
-이건 신조협려 쪽으로 옮겨왔더군요. 제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건 중원의 별에 있었던 부분이었는데 말이죠. 쩝...



4. 의천검과 도룡도를 만든 건 현철중검만이 아니다.
-영웅문 3부 중원의 별을 보면 멸절사태가 주지약에게 의천검과 도룡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때 멸절사태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의천검과 도룡도는 곽정과 황용이 만든 것으로 양양성에서 송을 위해 순국하기로 마음 먹은 곽정 부부는 구음진경과 무목유서가 후세에 전해지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 이를 후세에 은밀히 전할 방법을 찾았고 그런 그들의 노력의 결과로 만들어진게 바로 의천검과 도룡도였습니다.

양과에게 받은 영웅문 시리즈 최대 명검 현철중검을 녹여 구음진경과 강룡십팔장의 요결을 담은 의천검, 무목유서를 품을 도룡도를 만든 곽정 부부는 도룡도를 아들 곽파로에게, 의천검을 둘째딸 곽양에게 주지요. 제가 영웅문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면 도룡도를 받은 곽파로는 부모와 함께 양양성에서 순국하고 곽양만 의천검을 들고 강호로 나와 아미파를 세우게 되죠.

곽양이 의천검과 도룡도를 만든 곽정 부부의 딸이었기 때문에 멸절사태가 두 검의 진실을 알고 있었다는 소설적 장치인 셈인데... 의천검과 도룡도의 비밀을 알고 거기에 곽정 부부가 연관되어 있다는 걸 봤을 땐... 과연 저 녀석이 영웅문 1부 몽고의 별에서 자질이 뛰어나지 못해 남들 2배로 연습해야만 무술을 익힐 수 있던 어수룩한 곽정이 맞나 싶었습니다.

어쨌든 오늘 읽은 의천도룡기에서 멸절사태가 주지약에게 의천검과 도룡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장면을 봤는데요. 특이하게도 이야기가 1인칭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영웅문에선 분명 3인칭으로 진행되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말이죠. 의천도룡기에선 주지약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풀어나가지더군요. 그 편이 나쁘진 않았습니다. 자신의 개인적인 원한 때문에 제자의 앞날에 저주아닌 저주를 내린 멸절사태에 대한 주지약의 두려움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멸절사태의 전해준 말에 의하면 도룡도는 양과의 현철중검으로 만든 게 맞습니다. 그런데 의천검은 다르더군요. 의천검은 다른 검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무슨 검이 또 있어서 의천검을 만든 거냐? 라고 물으시는 분들... 생각해보세요. 신조협려엔 양과가 쓴 또 다른 검이 있습니다. 양과와 소용녀가 중간에 잠깐 쓴 검... 그리고 곽부가 그 검 중 하나로 양과의 오른팔을 잘라버리죠.



예, 바로 군자검과 숙녀검이었습니다.



군자검은 양과가 어떻게 했는지 영웅문에서 읽은 기억이 안납니다만... 숙녀검은 소용녀가 가지고 있다가 곽부에게 줘버리죠. 그래서 곽부는 그 검으로 양과 팔 잘라버리고...(하여간에...)

멸절사태의 말에 의하면 도룡도는 현철중검으로, 의천검은 군자검과 숙녀검으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헐...



5. 의천검과 도룡도가 토해낸 것들은 과연 무엇인가?
-어렸을 때 영웅문을 읽었을 땐... 뜨거운 쇳물을 녹여 검을 만드는 판국에 어떻게 무목유서와 강룡십팔장, 구음진경을 의천검과 도룡도에 나눠 넣었을까? 곽정 부부도 참 재주가 좋다 싶었는데... 오늘 읽은 의천도룡기에 답이 나오더군요.

의천검과 도룡도에는 구음진경과 무목유서가 묻힌 곳이 적힌 철편이 나누어져 들어가 있었다고 하네요. 주지약은 그 철편을 찾아 도화도 동굴에 묻힌 구음진경과 무목유서를 찾았지요.

영웅문에선 그냥 의천검과 도룡도를 맞부딪히면 검이 부러지고 그 안에 있던 것들이 나온다고 했었는데... 의천도룡기에선 확실히 어디어디를 대고 베라고 하더군요. 그러면 철편이 나올테니 그거 가지고 찾으면 된다고...

나중에 양과와 소용녀의 딸이 주지약을 제압했을 때 그녀의 품에서 무목유서를 가리키는 철편은 찾았는데 구음진경껀 찾지 못하더군요.



6. 송청서의 최후.
-여자에 눈 멀어서 숙부 죽이고 아버지 장문인 자리까지 날려먹게 만든 패륜아 송청서의 최후가 다르더군요. 영웅문에선 장무기가 열심히 치료해 겨우 숨만 쉬고 있던 송청서를 송원교가 죽이려고 하다가 차마 죽이지 못해 장삼봉에게 처결을 넘기고 장삼봉은 이런 패륜아를 살려 무에 쓰냐며 일장을 날려 송청서의 가슴을 후려쳐 그를 죽입니다.

근데 의천도룡기에선 송원교도, 장삼봉도 송청서를 죽이지 않더군요. 차마 아들을 죽일 수 없던 송원교가 장삼봉에게 처결을 넘기자 장삼봉은 저런 놈은 살려둘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그 말을 들은 송청서가 기겁해 일어나다가 내장이 쏟아지고 갈비뼈가 부러져 죽고 맙니다. 장무기가 살려보려고 했지만 소용 없었네요. 쩝...



영웅문 내용이 전부 기억나는게 아니고 사조영웅전은 아예 없어서 더 자세한 비교는 못하겠네요. 일단 제가 찾아낸 건 이게 전부입니다. 쩝... 다음에 또 읽어보고 생각나는 장면이 있으면 더 적어보도록하겠습니다. ㅋ

덧글

  • rezen 2010/01/19 23:16 #

    번역 질이 향상되고 김용이 다시 쓰면서 내용이 꽤 많이 바뀌었죠.
  • SAGA 2010/01/23 07:53 #

    대사쪽 번역의 질은 높아진 거 같은데... 문제는 번역된 문장들이 너무 뚝뚝 끊기는 느낌이 들어 읽기 조금 거슬렸습니다. 거기다 접속사와 서술어 사용도 맞지 않은 부분도 간혹가다 보였구요.

    개인적으로 대사쪽은 불만 없지만 문장쪽 번역은 기존 영웅문 3부작이 낫다는 생각입니다.
  • 히무라 2010/01/19 23:44 #

    김용작은 몇번 리메이크 되다보니 바뀐 내용도 꽤 있죠.
  • SAGA 2010/01/23 07:53 #

    그래도 양과의 어머니를 바꿀 줄은 몰랐어요. 목염자라... 헐...
  • hybneon 2010/09/21 00:59 #

    저는 고려원판 김일강 번역판을 좋아합니다... 뭔가 옛스럽고 그래서요...

    이번에 새로 나온 것도 읽어봤는데, 세월이 흘러서 그런지 별로 확 와닿지도 않고...

    그렇더라구요...
  • SAGA 2010/09/21 17:36 #

    새로 나온 신조협려와 의천도룡기는 번역을 너무 스트레이트하게 했다는 느낌입니다. 뭔가... 뚝뚝 끊긴다는 느낌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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