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4......

오늘 용산 CGV에 가서 보고 왔습니다. 솔직히 말해 기대는 별로 안하고 있었는데 생각외로 괜찮은 물건이 나왔더군요. 허헐......


글쟁이 입장에서 보면 터미네이터라는 영화는 상당히 매력적인 소재이면서도 후속편이나 세계관을 만들긴 굉장히 힘듭니다. 등장인물이 뭔가 껀덕지를 던져줘야 외전이든 뭐든 상상을 해볼 수 있을텐데...... 터미네이터 1, 2는 아주 친절하게도 외전이나 후속편에 대한 여지를 조금도 남겨두지 않고 있습니다.

솔직히 터미네이터 1만 봐도 터미네이터 2가 나온 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지요. 경찰에 잡힌 카일 리스가 '존 코너와 약속을 했다. 나 이외의 사람에겐 타임머신을 사용하지 않겠다고.'라고 말한 순간 터미네이터 2는 만들어지기 힘들어졌지요. 하지만 1에는 그마나 2를 만들 껀덕지가 몇가지 있었습니다.


카일이 사라 코너에게 전한 존 코너의 말...... '어머니는 제가 알고 있는 어떤 사람보다 강한 사람이었다'라는 것과 카일이 반대해서 무산되었지만 사라의 '사이버다인을 박살내버리자'라는 의견, 그리고 사라가 파괴한 터미네이터의 잔해들이 있어 그걸 기초로 잘 만들면 2를 만들 수 있지요. 그렇게 터미네이터 2는 만들어졌지만 터미네이터 2는 영화상 어떤 껀덕지도 남겨주지 않았습니다.


2의 끈을 놓치못했던 터미네이터 3은 졸작 소리를 들어야만 했고 역시 2에게 많은 걸 기댄 사라 코너 연대기는 여름 양 빼곤 전부 다 쓰레기통에 처넣고 싶을만큼 짜증이 났습니다. ㅡㅡ;;;


터미네이터 3처럼 괴작을 만드느니 차라리 터미네이터 4처럼 존 코너의 미래 이야기를 다루는 편이 오히려 나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현대 시간에서 터미네이터에게 쫓기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이미 1, 2에서 다 써먹은 이야기였기 때문에 차라리 세계관을 바꿔서 존 코너가 어떻게 카일 리스를 과거로 보내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가 어떻게 저항군을 이끌고 기계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는지를 다루는 편이 나았겠죠. 제가 만약 터미네이터 2이후에 새로운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만들어봐라라는 제안을 받았다면 전 당연히 존 코너를 주인공으로 하는 심판의 날 이후의 이야기를 다뤘을 겁니다.




성인이 된 존 코너의 미래 전쟁 이야기는 상당히 괜찮은 작품이었습니다. 맡은 역할마다 호연을 보여주는 크리스천 베일은 말할 것도 없고 카일 리스 역을 맡은 안톤 옐친(맞나?)도 괜찮은 연기력을 보여주더군요. 또 다른 주역 마커스 라이트 역을 맡은 샘 워싱턴도 괜찮았습니다.



에...... 감독 이야기를 하자면...... 솔직히 미녀삼총사 시리즈는 오락영화로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맥지 감독이 터미네이터 4를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이거 망하겠군'이란 생각을 제일 먼저 했습니다. 그런데 꽤 괜찮은 액션 영화를 만들어냈더군요.

또 카메론 감독이 만든 전작에 대한 신경을 좀 많이 썼고 괴작 소리를 듣는 3은 아예 시리즈 취급도 안했더군요. ㅡㅡ;;; 제 기억으론 3에서 존 코너를 맡은 그 야생 원숭이 아저씨가 터미네이터에 의해 얼굴에 상처를 입는 걸로 기억합니다만...... 4에 나온 존 코너의 얼굴은 흉터 하나 없이 말끔하더군요. 헐...... 이걸로 3은 역사의 뒤안길로......



괜찮은 영화였는데 안타까운 점은 두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마커스와 블레어(문 블러드굿이 맡은 캐릭터)의 애정라인인데...... 이거 상당히 뜬금없어서 당황할 정도였습니다. 제가 느낀 블레어라는 캐릭터는 굉장히 강한 여전사였는데...... 뜬금없는 마커스 가슴에 안기기가 나오지 않나...... 마커스를 구해주는 이유도 불분명하고...... 마지막의 그 키스신은 도대체 뭘까요? 그냥 쿨한 동료로 갔으면 좋았을 거 같았는데 말이죠.

'너 나 한번 구해줬냐? 그러니까 나도 한번 구해줄게.'

뭐, 이런 식으로 말이죠.


두번째 아쉬운 점은 여성 캐릭터들의 부재랄까요? 터미네이터 시리즈하면 아직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 놀드 횽아의 무표정한 얼굴과 린다 해밀턴 여사의 강한 여전사인데...... 4엔 강한 여전사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뭐, 사라 코너 이상의 강한 여성상을 가진 인물을 만들어내기 힘들다는 건 알겠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쉬운 부분이네요. 존 코너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니...... 3에서 나름 활약한 존 코너의 아내 케이트를 활용했으면 좋았겠지만 4에 나온 케이트를 보면 그냥 양갓집 규수 같다는 느낌 밖에 안나서 말이죠.



터미네이터 5도 만들어질 거 같던데 다음편에는 좀 강한 여전사를 등장시켜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by SAGA | 2009/05/22 19:46 | 영화이야기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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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히무라 at 2009/05/22 20:12
솔직히 케이트... 강해질 수 있는 여성이건만...
Commented by SAGA at 2009/05/23 09:12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케이트 역을 맡은 배우 자체가 굉장히 얌전한 이미지였고 모종의 이유(혼자가 아니었어요)로 강한 여전사 후보에서 탈락되고 말았습니다. ㅡㅡ;;;
Commented by 잉그램 at 2009/05/24 03:46
미래전쟁 3부작에서 존코너가 죽는것이 예정되어 있으니 마지막에 죽으면 가슴아플지도...
그런데 일단 주지사님 캐스팅은 어떻게 되는걸런지...
Commented by ▶◀ SAGA at 2009/05/24 08:29
에, 죽는 걸로 예정되어 있습니까? 몰랐는데...... ㅡㅡ;;;
Commented by 잉그램 at 2009/05/24 23:42
3에서 나오지 않았나요? 아 스포일러인가?
Commented by ▶◀ SAGA at 2009/05/25 00:34
터미네이터 3을 말씀하시는 거면 4의 감독인 맥지가 인터뷰인가 어디선가 말하기를......

3은 생각도 하지 않고 4를 만들고 있다라고 했지요. 그래서 3을 뭉게버리는 장면이 4에 나오기도 하구요. 스포가 되니까 간단하게만 말하면......

2의 미리 지도자&성인버전 존 코너 얼굴에 긴 흉터가 나있는데 3에서 이걸 따라한답시고 막판에 야생 원숭이 존 코너 얼굴에 길게 흉터 만들었습니다. ㅡㅡ;;; 근데 4의 존 코너는 초장부터 얼굴이 말끔하다능...... 거기다가 끝날 때 쯤에 흉터 만들어주는 센스...... 3을 완전히 뭉게버린 4입니다. ^^;;;;
Commented by 잉그램 at 2009/05/25 10:20
결국 3는 흑역사로 가버렸군요.
Commented by ▶◀ SAGA at 2009/05/25 12:42
최악의 시리즈였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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