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가 북쪽으로 정벌을 나갔어야했다구요?

어제 모임이 있어 나갔는데 말입니다. 모임이 있던 술집에서 천추태후를 틀어놨더군요. ㅡㅡ;;;

나름 역사를 공부했다는 인간으로서 저 막장 사극에 대해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모임에 나온 분들께 저 드라마에 나온 걸 절대 실제 역사로 생각하지 마라. 천추태후는 멀쩡하게 왕노릇 잘하고 있던 친아들(목종)을 끌어내리고 지 정부(김치양) 사이에서 난 아들을 왕으로 만들려고 했던 여자다. 라고 말하고 있었죠.


그런데 말입니다 나이 한 40에서 50대 정도 되보이시는 어르신 한 분이......



저때 고려가 북쪽으로 정벌을 나갔어야 했다


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순간 정신이 멍해졌는데...... 그 어르신의 논조란 저때 국력이 엄청나게 신장되어 있었는데 그걸 밖으로 뻗지 못하고 안으로 삭혔으니 고려가 무신 정권이 나오고 어쩌구 저쩌구 된 거 라고 하더군요. ㅡㅡ;;;



전쟁은...... 고려 내부에 힘이 가득 있다고 무조건 해야하는 겁니까? 일본의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전국시대가 끝난 뒤 일본 내의 막강한 전투력을 주체하지 못해 임진왜란 일으킨 거랑 무슨 차이가 있는 겁니까? ㅡㅡ;;;(이부분은 제가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라 삭제하겠습니다. 잘 모르는 걸 함부로 쓰면 안되는데 제가 흥분한 나머지 글을 너무 막 썼네요. 죄송합니다. ^^;;;) 
그리고 그 당시 고려를 둘러싼 주변국 상황을 생각이나 해보고 하시는 말인지요? 천추태후가 있을 때라면 고려 경종-성종-목종 때인데...... 저때 거란 잘못건드리면 고려의 신장된 국력이고 뭐고 나라 거덜납니다. 그 전에 고려에게 북쪽으로 군사를 낼 국력이 있었는지부터 의문입니다만...... ㅡㅡ;;;


저때 고려 북쪽에 있었던 나라는 발해를 멸망시키고 송나라를 위협하던 거란의 요였습니다. 그런 나라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자구요? 그것도 고려 태조가 말한 '형제의 나라 발해를 멸망시킨 거란을 벌하겠다'라는 명분도 아니라 그냥 고려의 신장된 국력을 과시하려고?



무슨 말을 들으시고 저런 생각을 하신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그저 씁쓸했습니다. 영화 '우리 형'에 보면 신하균, 원빈 두 형제의 어머니로 나오신 김해숙 씨가 이런 말씀을 하셨죠.


'나이를 헛먹었어도 어른은 어른인기라!'



그래서 암말 안했습니다. 뭐, 제가 말해봤자 제 말이 통하겠습니까? 기분 좋은 날 얼굴 붉히기 싫어서 그냥 외면하고 돌아섰는데...... 지금 생각하니 조금 아쉽네요. 한마디라도 해줄 걸이라고.......

by SAGA | 2009/02/22 11:05 | 역사이야기 | 트랙백(1) | 덧글(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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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을파소의 역사산책 at 2009/02/22 13:58

제목 : 북벌에 대한 환상
고려가 북쪽으로 정벌을 나갔어야했다구요? 고구려가 안 망했으면 만주가 다 우리땅인데... 고려가 북진을 했더라면... 동북9성을 지켰으면... 묘청 말대로 서경천도를 했다면..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 안 하고 요동정벌을 했으면... 정도전이 1차 왕자의 난으로 안 죽었으면 요동을... 효종이 갑자기 안 죽었으면 북벌을.... 만주와 관련하여 아쉬워들 하는 부분은 대충 이 정도일 겁니다. 그냥 아쉬운 거는......more

Commented by 아롱쿠스 at 2009/02/22 11:09
나치스의 망령이 동양에까지 전파된 결과물이네요.
Commented by SAGA at 2009/02/22 20:19
저 말을 듣는 순간 정말 암담했습니다. ㅡㅡ;;;
Commented by sizzleyou at 2009/02/22 12:15
한국사회에 부는 일련의 고구려페티시는 이제 병적인 수준입니다 (하..)
Commented by SAGA at 2009/02/22 20:19
저것도 어떻게 보면 병이죠. ㅡㅡ;;;
Commented by 解明 at 2009/02/22 12:28
우리가 하면 '정벌'이라고 다른 나라가 하면 '침략'이 되지요. 미묘한 용어의 차이라고 하기에는 그 속에 담긴 생각이 무서워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군요.
Commented by SAGA at 2009/02/22 20:19
우리가 하면 진출, 남의 하면 침략..... 뭐, 이런 건가요? ^^;;;
Commented by 천지화랑 at 2009/02/22 12:44
17세기 조선은 북벌로 힘을 배출하지 못해 이괄의난이 일어난겁니다.

1930년대 에스파냐는 응집된 국력을 배출하지 못해 내전이 일어난겁니다.

1940년대 중국은 폭발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해 국공내전을 벌인 겁니다.

.... 써 놓고 보니 이뭐병
Commented by SAGA at 2009/02/22 20:19
호오...... 그렇게도 될 수 있겠군요.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9/02/22 12:59
아아...ㅠ.ㅠ
Commented by SAGA at 2009/02/22 20:20
저도 눈물만 납니다. ㅠ.ㅠ
Commented by 을파소 at 2009/02/22 13:59
언젠가 쓰려던 포스팅과 주제가 맞아서 트랙백해갑니다.
Commented by SAGA at 2009/02/22 20:20
옙~! 알겠습니다~!
Commented by ghistory at 2009/02/22 14:11
무슨 모임이길래…
Commented by SAGA at 2009/02/22 20:20
역사하곤 상관없는 모임이었습니다. 그리고 저 말을 하신 어르신은 제가 참석한 모임과는 상관없으신 분이였구요.
Commented by dunkbear at 2009/02/22 15:21
저렇게 입으로 '정벌'이니 '전쟁' 떠드는 사람치고 총대매는 경우를 못 봤어요... ㅡ.ㅡ;;;
Commented by SAGA at 2009/02/22 20:20
저도 못봤습니다. ^^;;;
Commented by rezen at 2009/02/22 21:09
북벌했다간 남벌당한다는데 백만 스물두표
Commented by SAGA at 2009/02/22 21:22
전 남벌당한다에 10만원 걸겠습니다.
Commented by ghistory at 2009/02/22 22:19
조금 실례입니다만 동정-서벌이고 남정-북벌입니다.

야설록-이현세가 '남벌' 이라는 어휘를 만들어낸 건 전통에서 어긋난 것이지요.
Commented by SAGA at 2009/02/22 22:29
ghistory//아, 그렇군요. 모르는 사실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돈키호테 at 2009/02/22 22:36
요 VS 고려...이거랑.
러시아 VS 그루지야

...차이가 클까요?
아무리 고려가 나름 내부정리 끝났을 시점이라도 당시의 거란 역시 풀파워 상태였을텐데 말입니다.
거란: 연운 16주 내놔!!!
송나라: 드...드리겠습니다.
거란: 필요없어!!!
뭐. 대강 이런 상황인데...???

이게 다 대조영 때문입니다. (아닌가? 태조 왕건 때문인가???)
Commented by SAGA at 2009/02/22 22:46
당시 거란의 요는 풀파워 상태였지요.

그리고 고려가 내부 문제를 해결한 뒤라고 해도 북벌은 정답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페이퍼 at 2009/02/23 01:35
북벌을 했다해도 그걸 유지할수나 있었을런지.... 그 넓어진 광대한 전선을 어떻게 관리하고 보급은 어떻게 하고 백성의 이주문제와 생산력 등등의 문제를 비롯해... 진짜 조금만 생각해봐도 당시 고려 국력으로는 도저히 답이 안나올 것 같은데 말입니다... 한마디로 당시에 북벌했다가는 커다란 먹이 삼키려다 감당못해서 배터져 죽는 두꺼비 꼴이 됐을 것 같네요...
Commented by SAGA at 2009/02/23 13:29
실제 전쟁과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을 구분못하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는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ㅡㅡ;;;
Commented by 얼운 at 2009/02/23 18:12
헉, 맥락이 크게 엇나가는 것은 아니니 안 지우셔도 되는데... 괜히 저 때문에... OTL
사가님의 글을 읽다가 저도 모르게 흥분한 상태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쓴 덧글인데...

아무튼 읽어주시고 답글까지 달아주신 것은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SAGA at 2009/02/23 23:06
아뇨, 써놓고 조금 이상한 듯해서 지운 겁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데 막 떠벌리는 건 지양하고 있거든요. 얘기를 하려면 확실히 안 다음에 하자는 게 제가 지향하려는 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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